제 67회 현충일
한 용유
오늘은 제67회 현출일이다.
대구시에서 추념식 행사 안내문에 함께 보낸 추념리본을 패용하고 집에서 9시45분에 나셨다. 춘혼탑 식장에 도착하니 식이 벌써 시작하여 홍시장의 추념사가 확성기를 타고 있었다. 앉을 자리가 보이지 안 해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행사 진행을 들으며 식장 전면에 진열된 사진을 카메라에 담으며 살폈다. 사진 속에 당시의 잔영(殘影)이 뇌리를 쳤다. 155미리 곡사포가 포연을 뿜는 사진을 보며 70년 전 중부전선의 격전지 방카가 떠올랐다. 한 발작 늦었다면 박격포탄의 파편과 함께 공중분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오싹 소름이 돋았다. 사선의 고비를 수없이 넘으며 안 죽고 요행이 사라 돌아온 자신이 송구했다. 헌시낭독, 추모공연, 현충의 노래제창으로 식이 끝나고 추모 유족의 분향 행렬에 끼어 헌화와 배례(拜禮)를 올리고 개방된 충혼탑 내부를 처음 관람했다. 구역별로 영령의 위패가 가지런히 봉안되어 있었다. 10시 33분 행사를 마치고 앞산공원 동편 자락 길을 따라 올라갔다. 헬스장을 거쳐 은적사 입구를 돌아 내려오면서 새로 깔끔하게 조성된 배드민턴 코트와 산뜻한 휴게실 정자가 눈길을 끌었다. 어제 와 밤사이 오랜만에 약 40미리의 단비가 내렸는데 계곡에는 흐르는 물이 없고 곳곳에 고인 물이 그동안 가뭄을 적시고 있었다. 동편 녹색공간에서 윗옷을 벗고 30분간 선 요가체조를 하고 집에 돌아오니 오후 1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대문간 조기를 배경으로 아내에게 셔터를 눌러 달라했다. 내년 현충일의 우리 내외의 건강은? 나보다 일곱 살 아래인 종질이 오늘 장례 날이다. 하나 둘 모두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나고 성큼 앞줄에 선 자신이 서걸 퍼진다. 시커멓게 몰려오던 비구름이 갑자기 소나기로 변했다. 순국열사의 한 맺힌 눈물인지. 아직도 잘린 허리를 잊지 못하고 강대 강으로 통일의 길은 더 멀어지고 있다. 내 생전 품었던 대동강 돌멩이 꿈은 허망의 꿈으로 사라지려나. 14번 포수(砲手) 김 하사의 얼굴이 빗줄기속에 어른거린다.

2022년 6월 6일 제67회 현충일을 맞아 참천노병 우롱의 푸념